묵직한샌드위치

차돌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

쉐프탱크 2023. 3. 14. 15:40
728x90

많은 음식을 먹어보고 만들어도 봤지만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맛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제게는 그런 음식 중에 하나가 치즈스테이크 샌드위치인데요. 이번 이야기는 뉴욕에서 부터 시작된 필리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와 묵직한샌드위치의 차돌치즈스테이크 샌드위치까지 이어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입니다. 

 

필리치즈 스테이크를 처음 맛 본것은 뉴욕에서였는데요, 

C.I.A를 입학하기 전 10개월 정도 맨해튼에 어학원을 다니면서 뉴욕의 바이브를 온몸으로 체감하던 때였습니다.

영어에 영자도 모르던 제가 뉴욕에 간지 100일 정도 지난 2006년 가을즈음 이제 슬슬 겁이 없어지고 여전히 영어는 잘 못하지만 무작정 들이대기 스킬이 생겨서 여기저기 막 돌아다니며 먹고 마시고 듣고 하며 조금씩 나만의 뉴욕의 먹거리 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제가 살던 동네 퀸즈의 잭슨 하이츠에서도 남미사람들이 많이 살던 지역의 어느 허름한 델리에 나도 모르게 이끄릴듯이 들어가서 무심결에 주문한 음식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필리치즈스테이크 샌드위치였는데요. 

 

마침 가게는 한산했고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 받고 기다리는 동안 그리들에 얇게 저민 고기를 굽는 시즐링 소리와 소고기의 향이 쫘악 퍼지는데 그 느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근처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열었는데 길쭉한 호기빵 사이로 볶은 소고기와 양파, 파프리카, 그리고 녹아내려 고기와 한 몸이 된 치즈가 가득 들어있는 그 모습에 반해 한 입 베어 무는데 고소한 빵과 짭조름한 소고기 그리고 진한 치즈의 향이 어우러진 그 맛이 온몸에 미식세포들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짜릿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거 뭐지?" , "그저 소고기볶음에 치즈를 더한게 왜 이런 맛이 나지?" 머릿속은 온갖 의문으로 가득하지만 입은 쉴 새 없이 샌드위치를 베어 물다 보니 이미 순삭을 해버리고 포장지에 묻은 치즈까지 긁어먹고 나니 그제야 다시 드는 의문이 이게 뭐라고 이런 맛이 나는거지? 부터 치즈버거와 같은 조합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등등 쓸데없는 분석의 시간을 갖게 되었고 그냥 이건 맛있는 음식이야라는 결론과 함께 그 뒤로 필리치즈 맛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맨해튼, 퀸즈, 부루클린의 유명한 델리들 그리고 원조 집을 찾아 필라델피아의 유명한 필리치즈 샵까지 기회가 될 때마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이 필리치즈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C.I.A에 입학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도 렉센터라고 부르던 학생회관에서도 아담스립 이라는 이름으로 팔던 필리치즈 스테이크도 주 2회 이상은 꼭 먹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학교 근처에 있는 다양한 식당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필리치즈도 접하고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면서 슬슬 저만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 샌드위치를 즐기게 되고 어느샌가 나만의 필살 조합이 생겼는데 그 조합에서 버섯, 할라피뇨, 케찹 이 세 가지가 핵심 재료가 되었습니다. 

 

C.I.A 졸업후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도 퇴근하면서 포장해서 먹기도 하고 패밀리 밀로 만들어 먹기도 하며 여전히 주 1회는 꼭 먹었던 이 맛있는 샌드위치와 뉴욕에서 비자 사기를 당하며 미국을 떠나게 되면서 잠시 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또 흘러 2011년 무턱대고 가게를 차리게 되었는데 그때 첫 번째 메뉴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필리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였습니다. 맛은 두 가지로 오리지널과 서울치즈라는 이름으로 청양고추피클, 모짤렐라치즈와 발사믹 간장 소스를 더한 맛으로 만들어서 판매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또 흘러 가게를 정리하고 다시 직장인이 되어 쉐프로 일하는 곳에서 한 번씩 같이 근무하던 친구들에게 패밀리밀로 또 이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면서 필리치즈와의 인연을 이어갔는데, 처음 만난 게 2006년 가을이었으니 2023년 봄까지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때론 먹고 때론 만들고 지금은 판매하고 있습니다.

 

묵직한샌드위치 오픈을 준비하면서도 두말할 것 없이 처음 선택한 샌드위치는 바로 이 차돌치즈스테이크 샌드위치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지금까지 만들던 버전과는 조금 다르게 고기부터 소스까지 다른 요소들로 만들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조합을 기본으로 한 응용버전입니다. 묵직한샌드위치에서 제가 가장 많이 만들어 먹는 샌드위치가 차돌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입니다.

 

맛있는 치즈와 맛있는 고기의 조합을 지금도 고민합니다. 요즘 한국의 물가 상황이 상당해서 더 고민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더 고민하고 고민해서 더 만족스러운 조합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그 결과는 묵직한샌드위치에서 함께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28x90